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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은 왜 선택이 아니라 태도가 되는가

📑 목차

    영화 <원더>를 통해 친절이 왜 선택이나 의무가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태도가 되는지를 돌아봅니다.

    사소한 배려가 어떻게 존엄을 지키는 힘으로 작동하는지 차분히 사유합니다.

     

    우리는 종종 친절을 하나의 선택처럼 생각합니다.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이거나,
    마음이 내킬 때 베푸는 호의쯤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영화 <원더>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친절은 과연 선택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관계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본적인 태도일까요.

    이 영화에서 친절은 감동적인 장면으로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사소한 말투, 눈길, 자리의 방향 같은 일상적인 선택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원더>가 보여 주는 친절은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남습니다.

    친절은 상대를 바꾸기보다, 관계를 지켜 줍니다

    우리는 친절을 베풀면 상대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상처가 치유되거나, 성격이 밝아지거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더> 속에서 친절은 그런 결과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그저 관계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줄 뿐입니다.

    어기를 대하는 친구들의 작은 배려는 그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 않습니다.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고, 시선이 즉시 부드러워지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친절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기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그리고 이 공간에 머물러도 괜찮다는 신호를 남겨 주기 때문입니다.

    친절은 강한 사람이 아니라, 기준을 내려놓는 사람이 보입니다

    친절한 사람은 흔히 마음이 넓거나 성격이 좋은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친절은 대개 자신의 기준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익숙한 방식, 편한 판단, 빠른 결론을 유보하는 태도 말입니다.

    어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들은 대부분 조용합니다.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거나, 특별히 보호하려는 장면이 아닙니다.
    그저 다른 사람과 같은 자리에 앉히고,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같은 실수를 허용하는 태도입니다.
    이 평범함이 바로 <원더>가 말하는 친절의 얼굴입니다.

    선택으로 남은 친절은 쉽게 사라집니다

    친절을 선택의 문제로 두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상하면 멈추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물러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으로 남은 친절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친절이 태도가 되면, 그 사람의 행동 기준이 됩니다.
    누군가를 대할 때 먼저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
    다름을 문제 삼기보다 그대로 두는 태도.
    이런 작은 기준들이 쌓여 관계의 공기를 바꿉니다.

    그래서 친절은 관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태도입니다

    <원더>가 전하는 친절은 감동을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존엄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식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를 특별하게 대하지 않아도,
    그를 설명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아도,
    그 자리에 머물 수 있게 해 주는 태도 말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갖는 일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지 않아도 지켜야 할 태도를 갖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절이 선택이 아니라 태도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조금 넓히게 됩니다.
    <원더>는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다음 글에서는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어서 살펴봅니다.

     


    5편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